우선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62%는 ‘기후위기’를 세계가 직면한 최우선 환경 문제로 꼽았다. 대기오염(39%)과 쓰레기 문제(38%), 새로운 질병(36%) 등보다도 우선 순위에 둔 것이다. 그러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의향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46%에 이르렀다. 바꿔 말하면 거의 절반은 자신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서까지 기후변화 대처 노력을 하고 싶어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기후변화 해결책에 있어서도 자신의 생활 양식에 변화를 주는 것보다는, 이미 일상 속에 어느 정도 정착된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실천하기 쉬운 ‘쓰레기 줄이기 및 재활용’에는 57%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석유 차량 사용 금지’나 ‘비행기 여행 줄이기’에는 각각 22%, 23%만 동의했다.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18%에 머물렀다. 가디언은 “시민들이 이미 자신의 생활 습관 안에 자리 잡은 조치를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국가나 기업 단위보다는 개개인의 행동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의 36%가 “나는 기후행동에 고도로 헌신하고 있다”고 답한 것과 달리, ‘국가 또는 기업이 기후위기 해결에 힘쓰고 있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각각 17%와 13%에 불과했다. 특히 “국가는 기후변화에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42%에 육박했다.
칸타퍼블릭은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시민들의 기후행동 실천 의지가 기후위기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는 아직 결합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과는 별개로,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의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행동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난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 ‘내 생활 습관까지 바꿀 여력은 없다’ 등의 이유를 제시하기도 했다. ‘개인 단위 노력은 (기후변화 해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는 의견도 3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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