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물건 쓸어 담은 초3 학생들…3개월 간 600만원 상당 훔쳐
사건은 지난해 12월 발생했다. 김씨는 매장에 행동이 수상한 아이들이 있다는 직원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매장 CCTV를 확인해봤다. CCTV엔 가방을 들고 다니며 진열된 물건들을 쓸어 담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김씨는 과거 CCTV도 찾아봤고, 같은 아이들이 약 3개월에 걸쳐 30차례 이상의 절취행위를 벌인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가 추산한 피해 물품의 금액은 약 600만원에 달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 담은 것도 아니라 잡히는 대로 가방에 밀어 넣었다”며 “훔친 물건도 다양하고 워낙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물건을 훔쳐 금액이 크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김씨는 딸과 비슷한 또래의 어린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CCTV 인상착의를 토대로 매장에서 물건을 훔친 아이 중 한 명의 얼굴을 알아보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물건을 훔친 사실을 부인하던 아이는 CCTV 영상을 본 뒤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물건을 훔친 아이들은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같은 반 친구사이였다. 아이들은 물건을 훔친 이유에 대해 “다른 친구가 훔치라고 해서 훔쳤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훔친 물건은 같은 반 다른 친구에게 전달했고, 그 물건을 반 친구들과 다같이 나눠 썼다고 한다.
◆아이 부모 “30%로 깎아 달라” 요구, 경찰은 “처벌 어려워” 말 뿐
김씨는 아이들 부모에게 연락을 취해 상황을 해결하려 했으나 합의는 원만하지 않았다. 김씨는 아이 부모들에게 각각 물건값 3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아이 부모들은 상의 끝에 300만원 전액을 배상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아이들이 그 만큼을 훔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부모들은 배상액을 50%로 깎아 달라고 요구했다가 받아 들여지지 않자, 김씨에게 200만원씩을 배상하겠다고 다시 제안했다. 김씨는 이를 받아들였으나 곧 부모 측은 말을 바꿨다. 서로 상의한 결과 김씨가 최초 제안한 배상액의 30% 수준(100만원)이 아니면 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답변을 해왔다.
김씨는 결국 부모와 합의를 시도한 지 수일이 지난 12월20일 경찰에 신고를 했다. 도난보험 보상 신청을 받기 위해 피해사실확인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아이들이 만 10세가 안돼서 형사처벌이 불가하고, 아이들이 미성년자라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 가능하단 취지의 이야기만 했다고 한다.
이후 김씨는 직접 경찰서를 찾아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사건이 접수돼도 아이들이 어려서 곧 종결될 것”이란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현재 김씨는 경찰의 조치를 기다리는 중이다. 물건을 훔친 학생들의 부모와는 아직까지 합의가 해결되지 않았으며 별다른 연락도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이 일로 문구점 운영을 정리할 계획이다.
◆부모에게 손해배상 청구 가능…”번거롭지만 민사소송으론 해결”
현행법상 초등학생에게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다. 만 10세~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은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대신 보호처분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만 10세 미만인 경우 ‘범법소년’에 해당돼 범행의 고의성이 있어도 형사처분은 물론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다만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민법 제 755조에 따라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이자 보호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민사소송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은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소송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부모에게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피해 금액을 배상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http://news.v.daum.net/v/20220104160049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