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블로그 운영할 때 쓰던 습관처럼 반말로 작성했습니다. 편하게 쓰는게 습관이라..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2022년 겨울.. 어느 덧 40대가 훌쩍 넘어버린 겨울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출퇴근 시간이라도 취미를 즐겨보자며 대중교통으로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에 참 많은걸 해보고 있다
5년 동안 휴대용 게임기는 8개로 늘었고 영화나 드라마 전용 태블릿도 벌써 2개째...
원래 드라마나 TVA를 그렇게 열심히 보던 성격이 아니라 뭐가 재미있는지도 잘 모르고
그저 사람들이 재밌다고 했던 것들로만 챙겨보며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어제까지 보던 데어데블의 드라마가 끝나고 오늘부터는 뭘 봐야 되나 고민하며 넷플릭스 앱을 열었을 때
추천 목록에 눈에 띄었던 바이올렛 에버가든
2019년 쿄애니 사고 직전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딱 그 정도만 알고 있었다.
'13화 정도면 일주일 정도는 출퇴근 시간에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재생을 시작했다
첫 인상은... 쿄애니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쿄애니 특유의 밝지만 왠지 모르게 우울해보이는 분위기가 아주 잘 묻어나는 인상이었다
TVA치고는 특이한 옴니버스 구성이 출퇴근 시간에만 보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딱 적당하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구성이 자주 좀 나왔으면...
보기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그리고 오늘 아침 TVA를 다 보고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 편지는 전화가 그리고 이메일이라는 편리한 매체로 변경되었다
바이올렛의 의뢰인들이 쓰던 편지처럼 며칠 씩 고민하지도 않고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우편함에는 그저 어디서 보냈는지도 모를 인쇄물들만 가득 담겨져 있다
그리고 이메일함을 열어보았다
지난 며칠 간 나에게 온 이메일들... 하나같이 반갑지 않은 이야기들 뿐이다
편지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한다고 했지만.... 내가 보내고 받는 편지들은 하나같이 인간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그저 딱딱한 문체로 서로의 속내를 감추고 서로의 일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다
내가 편지를 쓸 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내가 어릴 때는 그래도 편지는 가끔 주고 받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보기도 하고 군대에서 받아보던 여자친구와 친구들, 부모님의 편지를 설레며 받았던 기억들...
평소 감사한 분들에겐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한 글자씩 감사의 인사를 담아 인사를 건네기도 했었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모르겠지만
현대인들은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이 미덕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
솔직한 내 감정을 보여주기 보다는 서로 가면을 쓰고 기분 나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해 진 것 같다
바이올렛의 처음 모습처럼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기보다
그냥 형식적인 말들로 현재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바이올렛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편지라는 매체에 대한 의미부여가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ail은 언제부턴가 반가운 소식과 보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전달받는 것이 아닌
그저 인터넷 어딘가 한 구석에 쳐박아 놓고 필요할 때만 열어보는 어떻게 보면 보이지 않는 쓰레기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게 되어 버렸다
내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기에 편지라는 매체는 얼마나 아련한 존재였는지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 퇴근 길에는 오랜만에 편지지를 좀 사 봐야 겠다
이번 명절에는 몇몇 고마운 분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잊어버리고 살았던 예전 일들이 하나 둘 씩 떠오르는 기분 좋은 아침이다
2019년 사고에서 안타깝게 숨을 거두었던 쿄애니 스탭들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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