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난민은 망명을 신청하지 않아도 유럽연합(EU)에서 즉시 보호받을 것입니다.”
낸시 파에저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난민을 신속하게 돕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EU는 이튿날 2001년 유고슬라비아와 코소보 전쟁 이후 21년 만에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 임시보호명령을 승인했다. 반년 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생긴 난민 행렬에 ‘벽’을 세웠던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에는 문을 활짝 열고 ‘내 집’까지 내주며 환대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일째인 15일까지 집계된 우크라이나 난민은 총 306만3095명이다. 우크라이나 주변국들을 중심으로 수십개의 나라들이 일제히 이 난민들을 돕겠다고 나섰다. 폴란드는 이미 180만명 넘는 난민을 받아들였고 루마니아와 몰도바, 헝가리 등에 각각 46만명, 34만명, 27만명의 난민이 들어왔다. 다른 EU 회원국들과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지구 반대편 나라들도 난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시민사회도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국경과 맞닿는 폴란드 도시에는 난민들을 도우려고 세계 각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로 가득하다. 또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려고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 수백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아이 ○○명, 어른 ○○명 숙식 가능’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플랫폼 곳곳에 서 있었다.
지난해 유럽 국가들이 아프간 난민을 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8월16일 베를린에서 아르민 라셰트 당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총리 후보는 “2015년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며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라는 국제 사회의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2015년 시리아 내전 때 독일이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내홍을 겪은 점을 언급하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유럽의 ‘길목’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지난해 아프간 난민을 막기 위해 벽을 쳤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준 폴란드는 지난해 8월 국경을 넘는 아프간 난민을 강제 추방하고 망명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난민 관련법을 제정했다. 그리스는 터키와의 국경지대에 장벽을 세우고 군병력을 늘려 난민 유입을 막았다. 이들과 함께 헝가리,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등 12개 EU 회원국은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며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EU 집행위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중동 분쟁 지역 난민들에 빗장을 걸어왔던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환대하는 데는 지정학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럽 한복판에서 전쟁이 벌어지면서 유럽인들의 우려가 큰 만큼 생명을 위협받는 난민에 대한 공감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패저 장관은 “2015년과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금 전쟁이 매우 가까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인종적 유사함과 러시아에 대한 반감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인종주의 편견이 작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ABC뉴스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백인이기 때문에 더 환영받는다”고 지적했다. 무스타파 바이유미 뉴욕시립대 교수(영문과)는 “우크라이나를 ‘문명화’된 곳으로 묘사함에 따라 아프간과 이라크보다 더 동정받아야 하는 것처럼 전한다”며 “우크라이나를 돕는 게 ‘우리’와 닮고, ‘우리’처럼 입고, ‘우리’처럼 기도하기 때문이라면, 우리는 문명을 포기하고 야만을 선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방 국가 지도자와 언론들이 우크라이나를 중동과 ‘다르게’ 보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중동·아시아 국가의 피란민들을 차별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독일 최대의 난민구호단체 ‘프로아질’(Pro Asyl)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 “비우크라이나인이 국경을 넘는 것을 막는다는 소식들에 매우 우려한다”며 “폭탄은 국적이나 피부색을 구별하지 않는다. 모든 인접 국가들이 차별 금지 원칙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http://n.news.naver.com/article/022/0003677296
낸시 파에저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난민을 신속하게 돕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EU는 이튿날 2001년 유고슬라비아와 코소보 전쟁 이후 21년 만에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 임시보호명령을 승인했다. 반년 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생긴 난민 행렬에 ‘벽’을 세웠던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에는 문을 활짝 열고 ‘내 집’까지 내주며 환대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일째인 15일까지 집계된 우크라이나 난민은 총 306만3095명이다. 우크라이나 주변국들을 중심으로 수십개의 나라들이 일제히 이 난민들을 돕겠다고 나섰다. 폴란드는 이미 180만명 넘는 난민을 받아들였고 루마니아와 몰도바, 헝가리 등에 각각 46만명, 34만명, 27만명의 난민이 들어왔다. 다른 EU 회원국들과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지구 반대편 나라들도 난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시민사회도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국경과 맞닿는 폴란드 도시에는 난민들을 도우려고 세계 각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로 가득하다. 또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려고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 수백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아이 ○○명, 어른 ○○명 숙식 가능’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플랫폼 곳곳에 서 있었다.
지난해 유럽 국가들이 아프간 난민을 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8월16일 베를린에서 아르민 라셰트 당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총리 후보는 “2015년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며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라는 국제 사회의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2015년 시리아 내전 때 독일이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내홍을 겪은 점을 언급하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유럽의 ‘길목’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지난해 아프간 난민을 막기 위해 벽을 쳤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준 폴란드는 지난해 8월 국경을 넘는 아프간 난민을 강제 추방하고 망명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난민 관련법을 제정했다. 그리스는 터키와의 국경지대에 장벽을 세우고 군병력을 늘려 난민 유입을 막았다. 이들과 함께 헝가리,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등 12개 EU 회원국은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며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EU 집행위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중동 분쟁 지역 난민들에 빗장을 걸어왔던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환대하는 데는 지정학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럽 한복판에서 전쟁이 벌어지면서 유럽인들의 우려가 큰 만큼 생명을 위협받는 난민에 대한 공감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패저 장관은 “2015년과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금 전쟁이 매우 가까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인종적 유사함과 러시아에 대한 반감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인종주의 편견이 작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ABC뉴스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백인이기 때문에 더 환영받는다”고 지적했다. 무스타파 바이유미 뉴욕시립대 교수(영문과)는 “우크라이나를 ‘문명화’된 곳으로 묘사함에 따라 아프간과 이라크보다 더 동정받아야 하는 것처럼 전한다”며 “우크라이나를 돕는 게 ‘우리’와 닮고, ‘우리’처럼 입고, ‘우리’처럼 기도하기 때문이라면, 우리는 문명을 포기하고 야만을 선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방 국가 지도자와 언론들이 우크라이나를 중동과 ‘다르게’ 보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중동·아시아 국가의 피란민들을 차별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독일 최대의 난민구호단체 ‘프로아질’(Pro Asyl)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 “비우크라이나인이 국경을 넘는 것을 막는다는 소식들에 매우 우려한다”며 “폭탄은 국적이나 피부색을 구별하지 않는다. 모든 인접 국가들이 차별 금지 원칙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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