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의 7번째 도전… "박정환 9단이 이런 역전패를"

KB리그에서도 3년 연속 마주친 박정환 9단(오른쪽)과 최정 9단의 통산 7번째 만남. 승률 1%로 뒤집은 최정 9단이 10년 동안 당해 왔던 6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컴투스타이젬, 수려한합천에 4-1
(한게임바둑=한창규 기자) 박정환 9단의 철벽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고 최정 9단은 오랜 도전 끝에 장벽을 넘었다. 팀전보다 더 관심이 쏠렸던 개인전에서 최정 9단이 박정환 9단에게 처음으로 이겼다.
5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후반기 5라운드 3경기에서 최정 9단이 컴투스타이젬의 4국 주자로 나서 수려한합천의 박정환 9단을 꺾었다.
![]() 마음이 급해진 컴투스타이젬이 중요한 기로에서 5할 승률로 올라섰다. |
통산 7번째 대결을 펼쳤다. KB리그에서의 인연이 깊어 2019-2020시즌부터 3년 연속 만남을 가졌다. 지난 여섯 차례의 결과가 나빴던 최정 9단은 전략을 바꾼 듯 90수 부근까지 팽팽한 형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흐름은 중후반으로 가면서 박정환 9단이 진가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바둑을 최정 9단이 진다면 도대체 무엇을 잘못 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잘못 둔 수가 사실상 없어요. 약간의 느슨함만 있었을 뿐입니다."
![]() 박정환 9단의 승률은 최고일 때 99% 이상이었다. "오늘 계속 엄청 팽팽했던 것 같고, 마지막에 미세하지만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흑대마가 너무 몰리면서 승부가 결정된 것 같다"는 최정 9단의 국후 감상. |
![]() 박정환 9단의 195부터가 난조의 시작. 그 후 여유 있는 패라고 보고 실전 코스를 밟았으나 결정적으로 212에 먹여치는 수를 못 보았다. 국후 스스로 지적했던 수이다. |
![]() 백1에 안형을 고려해서 흑2로 이으면 백3으로 ▲들이 떨어져 나간다. "박정환 9단이 (윗그림 195의 곳을) 스스로 두어서 백을 연결시켜 주고 자신은 차단을 당하면서 자충까지 되어 버렸다"는 백홍석 해설자. |
중계 도중 백홍석 해설자의 말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숨막힐 정도로 빈틈이 없다, 최정 9단이 더 괴롭히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라고도 했다. 결과는 3시간 29분, 224수 만에 최정 9단의 대역전 불계승. 박정환 9단의 수읽기 회로에 속된 말로 '뻑'이 났다.
-박정환, 여자기사에게 13년 7개월 만에 패배
-백홍석 해설자 "박정환 9단이 이런 역전패를"
"박정환 9단이 이런 역전을 당하네요. 용납할 수 없는 바둑입니다. '무결점'답게 복잡한 장면에서 완벽하게 두다가 난이도가 가장 낮은 곳에서 믿을 수 없는 실수가 나왔어요. 이렇게 지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 16살차 나는 두 기사의 첫 대결. 실리를 좋아하는 박영훈 9단(왼쪽)을 상대로 작심하고 나온 조완규 3단의 '선실리 후타개' 작전이 결실을 맺었다. |
승패가 굳어졌다고 보고(박정환 승률이 99%까지 올랐다) 중계판 화면을 돌렸던 백홍석 해설자가 다시 돌아온 사이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2012년의 첫 대결부터 6연패를 당해 왔던 최정 9단이 첫승을 거뒀다. 반면 여자기사를 상대로 18연승과 함께 37승1패 중이었던 박정환 9단의 기록지에는 패점 하나가 추가됐다. 여자기사에게 패하기는 13년 7개월 만이다.
![]() 박진솔 9단(오른쪽)이 이번 시즌 선발전에서 박종훈 5단에게 당했던 패배를 정규리그에서 역전승으로 갚았다. |
최정 9단의 승리가 결승점이 된 컴투스타이젬은 수려한합천을 4-1로 눌렀다. 후반기 4강이 반드시 필요한 입장에서 현재 순위는 5위. 수려한합천은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6일에는 정관장천녹과 포스코케미칼이 후반기 5라운드 4경기를 벌인다. 개별 대진은 이동훈-류민형(1:1), 김명훈-이창석(2:3), 홍성지-박건호(4:2), 최재영-최철한(1:1), 송규상-변상일(1:5, 괄호 안은 상대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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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친 동갑내기의 리턴매치. 이른 시기에 한승주 9단을 그로기로 몰아넣은 김진휘 5단(오른쪽)이 설욕에 성공했다. |
![]() 나현 9단의 교체 선수로 급히 투입된 퓨처스 박진영 5단(왼쪽)이 박하민 8단을 상대로 잘 싸웠으나 끝내기에서 반집패. |
![]() 대단한 역전승을 거둔 최정 9단은 "박정환 9단과 두는 오더가 나왔을 때에는 포기 상태였다. 그동안 한 판도 못 이기고 내용도 항상 좋지 못해서 욕심이 아예 없었다. 첫 승리가 앞으로 자신감을 갖고 두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기사제공 한게임 바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