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 만에 찾은 이 느낌… 20년차 투수, "야구, 더 길게 하고 싶습니다"

작성자: sasdfda58님    작성일시: 작성일2022-04-06 07:02:15    조회: 294회    댓글: 0
▲ 쾌조의 캠프 컨디션을 선보이며 팀의 기대를 모으는 SSG 노경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귀포, 김태우 기자] 노경은(38·SSG)에게 스스로도 풍파가 많은 선수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노경은은 순순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야구를 하면서 승리보다는 패전이 더 많았고, 중간 중간 이가 빠진 시즌도 있었다. 그러나 노경은은 아직도 야구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2021년 시즌을 끝으로 롯데에서 재계약 불가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좌절할 법도 했지만, 노경은은 지난 세월에서 하나의 교훈을 가지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고 믿었다. 몸을 착실하게 만들었고, SSG가 준 테스트의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보험' 성격으로 영입했던 이 선수는 이제 SSG 국내 선발투수 중에서는 현시점 최고의 구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가 됐다.

라이브게임에서는 최고 시속 147㎞의 강속구를 던졌다. 투구 템포에는 거침이 없었다. 자신이 던질 수 있는 모든 구종을 실험하는 등 베테랑의 관록도 돋보였다. 포수들은 그의 많은 구종에 사인을 낼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후배들도 잘 챙기는 등 어느새 SSG 팀 문화에 녹아들었다. 2일 훈련이 끝난 뒤, 선수단에 커피를 돌린 주인공은 노경은이었다.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있다는 건, 어쩌면 야구가 잘 풀리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노경은은 3일로 종료된 제주 스프링캠프에 대해 "만족한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이날을 위해 비시즌 동안 운동을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잘 나와서 기쁘다. 성취감이 있다. 만족한다"고 했다. 단순히 시속 140㎞ 중·후반을 찍은 구속 때문은 아니었다. 이 베테랑은 "구속은 기계로 보이는 것이다. 오히려 체감상 느끼는 공의 눌림이 좋다. 공 끝에 힘이 있게 가는 게 성취감이 있었다.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통해 유지하는 게 과제"라고 했다.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오래간만이라고 했다. 노경은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느냐"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2년 연속 10승을 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무려 10년 만에 찾은, '제대로 된' 감이다. 노경은은 "그때 밸런스를 찾으려고 작년 10월부터 노력을 많이 했다. 캠프에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서 안도감이 있다"고 현재 느낌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특별한 성적 없이 지금까지 야구를 하고 있는 선수"라고 규정한다. "2년 연속 10승 외에는 내세울 만한 성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적도 많았고, 분할 때도 많았다. 야구를 더 오래 하고 싶다는 의욕이 솟구치는 것도 이런 것 때문일 수도 있다.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대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면 현역 연장이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공을 던진다.

노경은은 "내가 20승을 해야 하는 선수는 아니다. 안 아프고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잘 채워주면 된다. 올해 못하면 나의 내년 거취는 불투명해진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팀에 보탬이 되면서 한 시즌을 보내야 한다. 로테이션을 잘 돌아서 '아, 노경은을 영입한 게 도움이 됐다'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실 은퇴를 아예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은퇴하기에는 몸이 너무 좋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실 자신의 야구 인생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른다. 그래도 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각오다. 노경은은 "야구 선수는 야구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지 않나. 나도 그렇다"면서 "잘해서 정말 길게 이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구위와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렇게 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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