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김원형 SSG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감독 입장에서 답변을 하기에 난해한 질문은 아니었다. 투수에 관한 질문이었고, 감독은 투수 전문가였다.
키움-SSG전이 열린 지난 21일 문학구장. 김원형 SSG 감독은 경기 전 외국인 에이스 윌머 폰트에 관한 질문 하나를 받았다. 폰트는 개막 이후 4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 1.33으로 잘 던지고 있다. 질문의 요지는 특이한 숨은 기록에 관한 것이었다. 폰트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 우타자 상대로 36타수 무안타로 압도하고 있었다. 탈삼진도 12개에 이르렀다.
KBO리그 장수 투수로, 또 투수 코치로 이력이 짧지 않은 김 감독 시야에 드러오는 게 없을 수 없었다. 우타자 상대로 잘 먹히는 구종 하나에 대해 가볍게 조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에 관련 답변을 훗날로 미루겠다고 했다. “지금 어떻게 얘기를 한다면, 시즌이 마지막에 그 얘기가 또 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조금 더 표본이 쌓인 뒤에 그에 맞는 시각을 전하겠다는 것이었다.
김원형 감독은 현재 팀 페이스를 바라보는 입장을 드러낸 듯도 보였다. SSG는 21일 현재 15승2패로 극강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최대한 들뜨지 않으려고 차분히 시즌 승부처로 다가서려는 마음이 간접적으로 나타났다.
김 감독은 이제 2년차 사령탑이다. 그러나 지난해 첫 시즌을 치르며 10년 같은 1년을 보냈다. SSG는 지난해 5월을 지날 때만 해도 승률 0.600(27승18패)의 대파란을 일으키며 1위로 내달렸다. 그러나 외국인투수의 부재와 주력 선발 박종훈·문승원이 연이어 팔꿈치 수술을 받는 돌출 악재로 다발로 터지며 가시밭길 같은 여름을 보냈다. 또 5위권 밖으로 밀려난 뒤 시즌 막판 다시 반격에 나서 4위로 가을야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도 만났지만 결국 마지막 경기 패전으로, 올림픽 4위처럼 허무한 6위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 비해 훨씬 더 차분한 표정이다. 또 치밀해 보이는 모습이다. 지난 주중 문학에서 SSG를 만난 키움 홍원기 감독도 팀의 에이스인 안우진이 선발로 나온 지난 20일 경기를 예로 들며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하고 나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선 3경기에서 20이닝을 던지며 10안타 2실점만 했던 안우진은 이날 SSG전에서는 6이닝 동안 7안타를 내주며 4실점을 했다.
김 감독은 곳곳의 움직임으로도 상당히 멀리보고 팀 운영을 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김광현이 지난 21일 키움전에 등판하며 투구수가 95개로 묶였던 것도 보편적인 장면은 아니었다. 김광현은 첫 등판에서 투구수 80개, 두 번째 등판에서 90개. 이번 등판에서 95개를 예약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오늘’보다는 ‘내일’을 위한 인내다.
안승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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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나 코치일 때도 멋졌지만, 감독이라는 자리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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