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감성 STORY> 여성 골프의 선구자, 대한민국

여성 골퍼가 이렇게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여성 골퍼 파워와 열정 덕인지 몰라도 대한민국 여성 골퍼들은 전 세계 골프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는 이미 한류 골프 스타들이 그 중심에 서있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을 시작으로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한류 여성 골프 스타들의 활약은 이제 대한민국을 상징한다.
몇 년 전 일본 골프장을 다녀 온 적이 있다. 골프장의 한 임원은 “한국엔 여성 골퍼가 많은 이유가 무엇이냐. 혹시 체면 때문이냐”고 물어봐 놀란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골프를 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직장을 다니고 골프는 아직도 남자들의 비즈니스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 골프 코스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도 100년 간 굳게 닫았던 여성회원 출입금지를 2018년에서야 해제했다. 골프 발상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로열 앤드 에인션트 골프클럽도 2014년이 돼서야 여성 회원을 받아들였다. 무려 260년만이었다. 마스터스의 개최지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도 2012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여성 사업가 달라 무어 등 2명을 첫 여성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1963년 서울CC에 조차임이 첫 여성 회원으로 등록했다. 사실 영화배우 김지미와, 시인 모윤숙 두 여성이 1962년 회원명부에는 등재되어 있었지만 플레이 한 적이 없어서 조차임을 첫 여성 회원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골프에 있어서만큼은 일본, 영국, 미국보다 여성 골퍼에 대한 인식과 활동이 앞서 갔음을 방증한다.

[사진 Gettyimages]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여성 골퍼는 누구였을지 궁금하다. 1936년 경 대중가요와 연극을 섞어서 공연하던 악극 스타인 배구자가 첫 여성 골퍼로 알려져 있다. 1927년 영친왕 부인 이방자가 골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순수 한국인 여성 골퍼로는 배구자가 처음이다. 그는 동양 극장 공연 중에도 극 단원들과 자주 시간을 내서 골프를 즐길 만큼 골프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이후 1957년 ‘회심곡’을 부른 국악인 안비취가 일본 장기 공연 중에 골프를 배워 골프 마니아가 된다. 그는 골프를 좋아해 명동 서울빌딩 옥상에 골프 연습장을 오픈하고 박명출, 김학영 프로에게 출장 레슨까지 부탁하는 열정을 보였다. 특히 안비취의 연습장에서는 이병철 회장이 이인희, 이명희 두 딸에게 골프를 가르쳐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골퍼로 길러냈다.
YWCA 총무를 지낸 손인실 또한 1960년부터 골프를 했고 그 실력이 출중했다. 미8군 골프장에서 열린 주한 외교관 부인 경기에서 우승까지 할 정도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을 지낸 정광모와 전 힐튼호텔 정희자 등이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골퍼로 평가 받는다. 상위 거론된 여성분들이 한국 여성 골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면서 여성 골퍼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여성 MZ세대의 골프 사랑은 남다르다. 2030 젊은 골퍼들은 기존의 틀과 구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지나치게 정통적이고 보수적인 골프를 사양한다. 골프를 나를 위한 공간(패션, 자연, 공감)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골프는 남성 위주의 문화였다. 하지만 향후엔 여성이 주도하는 골프문화로 변할 것이다. 골프장 공간, 디자인, 음식, 시설,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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