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에 물음표가 달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집권 이래 '코미디언 대통령'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그의 정부 요직을 코미디언과 배우, 극작가와 연출가 출신이 장악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는 지난해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경 군비를 증강하면서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젤렌스키 무능론'으로 연결됐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보도를 통해 "젤렌스키는 집권 이래 정부와 대통령궁 측근을 자신의 옛 동료와 일가친척으로 채우고 있다"면서 충성심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부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보도는 상당수 한국 언론도 인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당 '국민의 일꾼'에 몸담았다가 지난해 10월 하원의장에서 물러나며 가장 강력한 비판자가 된 우크라이나 정치인 드미트리 라줌코프는 "젤렌스키 정권의 고위직 인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이뤄진다"면서 "이는 대통령을 위해서 일하기는 편하지만 군사적 위협이 닥쳤을 때 국가에 어려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가 러시아 압박에 버텼기 때문에 군사 개입한 것"
하지만 이런 비판을 모두가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우크라이나 국민의 신망을 잃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대선 때 1차 투표에서 30%의 지지를 얻어 선두를 달렸고, 2차인 결선에서 70% 이상을 얻어 당선됐다. 17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레이팅그룹'에 따르면 대선 후보군 가운데 그의 지지율은 24.6%다. 떨어지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큰 변동이 있었거나 페트로 포로셴코(16.8%) 율리아 티모셴코(9.9%) 등 다른 유력 후보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건 아니다.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인 스티븐 파이퍼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은 국민들이 젤렌스키 정권에 실망한 이유를 "반부패 개혁 실패와 올리가르히(구 소련 지역의 재벌)의 영향력을 줄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젤렌스키가 애초 '반부패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어 뽑혔지만 그 기대만큼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정치권을 향해 갖는 불만이 상당히 큰 우크라이나 기준에서 보면 낮은 지지율이 아니라는 지적도 했다. 애초에 정치 신인에 불과한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 자체가 친(親) 러시아와 친 서방의 외교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구 정치 세력의 부패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젤렌스키 정권이 러시아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은 것이 전면 침공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주 러시아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24일 계간지 '저널 오브 데모크라시' 기고를 통해 "2019년 젤렌스키는 모든 지역에서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됐고, 우크라이나가 지금 어느 때보다 단결해 있기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규모 군사 개입이란 극단적 수단을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집권기 내내 나토(NATO)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독일과 프랑스를 끌어들여 한 4자 협상에서 러시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동부 반군 지역에 대한 특별자치권을 인정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최근까지도 전쟁을 피하기 위해 애쓴 것이다. 이런 양수겸장의 태도는 서구와 러시아 양쪽으로부터 의심을 받았다.
특히 대선에서 친 서방으로 분류되는 포로셴코를 꺾고 당선됐고, 동부 우크라이나 출신에 러시아어에도 능통한 젤렌스키를 서구에선 친 러시아 성향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파이퍼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력이 러시아에 비해 약한 상황에서 전면전을 피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24일 러시아가 결국 침공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 사령관' 역할까지 맡았다.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 두 가지 언어로 연설하며 평화를 역설하면서도, 전쟁에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서방의 의구심도 사라졌다.
대니얼 디페트리스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 연구원은 "젤렌스키가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와 함께 도망친) 아슈라프 가니(전 아프간 대통령)의 길을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를 강력하게 비판해 온 NYT도 25일 민주이니셔티브재단의 우크라이나 정치 전문가 마리아 졸키나를 인용해 "젤렌스키는 계속 싸움을 피했고 전시 대통령도 아니었지만, 전쟁이 개시된 날부터 전시 체제의 대통령이 해야 할 행동을 정확히 하고 있다"고 평가를 바꿨다.
http://n.news.naver.com/article/469/0000660510?cds=news_edit
이는 지난해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경 군비를 증강하면서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젤렌스키 무능론'으로 연결됐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보도를 통해 "젤렌스키는 집권 이래 정부와 대통령궁 측근을 자신의 옛 동료와 일가친척으로 채우고 있다"면서 충성심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부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보도는 상당수 한국 언론도 인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당 '국민의 일꾼'에 몸담았다가 지난해 10월 하원의장에서 물러나며 가장 강력한 비판자가 된 우크라이나 정치인 드미트리 라줌코프는 "젤렌스키 정권의 고위직 인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이뤄진다"면서 "이는 대통령을 위해서 일하기는 편하지만 군사적 위협이 닥쳤을 때 국가에 어려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가 러시아 압박에 버텼기 때문에 군사 개입한 것"
하지만 이런 비판을 모두가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우크라이나 국민의 신망을 잃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대선 때 1차 투표에서 30%의 지지를 얻어 선두를 달렸고, 2차인 결선에서 70% 이상을 얻어 당선됐다. 17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레이팅그룹'에 따르면 대선 후보군 가운데 그의 지지율은 24.6%다. 떨어지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큰 변동이 있었거나 페트로 포로셴코(16.8%) 율리아 티모셴코(9.9%) 등 다른 유력 후보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건 아니다.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인 스티븐 파이퍼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은 국민들이 젤렌스키 정권에 실망한 이유를 "반부패 개혁 실패와 올리가르히(구 소련 지역의 재벌)의 영향력을 줄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젤렌스키가 애초 '반부패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어 뽑혔지만 그 기대만큼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정치권을 향해 갖는 불만이 상당히 큰 우크라이나 기준에서 보면 낮은 지지율이 아니라는 지적도 했다. 애초에 정치 신인에 불과한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 자체가 친(親) 러시아와 친 서방의 외교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구 정치 세력의 부패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젤렌스키 정권이 러시아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은 것이 전면 침공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주 러시아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24일 계간지 '저널 오브 데모크라시' 기고를 통해 "2019년 젤렌스키는 모든 지역에서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됐고, 우크라이나가 지금 어느 때보다 단결해 있기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규모 군사 개입이란 극단적 수단을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집권기 내내 나토(NATO)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독일과 프랑스를 끌어들여 한 4자 협상에서 러시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동부 반군 지역에 대한 특별자치권을 인정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최근까지도 전쟁을 피하기 위해 애쓴 것이다. 이런 양수겸장의 태도는 서구와 러시아 양쪽으로부터 의심을 받았다.
특히 대선에서 친 서방으로 분류되는 포로셴코를 꺾고 당선됐고, 동부 우크라이나 출신에 러시아어에도 능통한 젤렌스키를 서구에선 친 러시아 성향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파이퍼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력이 러시아에 비해 약한 상황에서 전면전을 피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24일 러시아가 결국 침공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 사령관' 역할까지 맡았다.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 두 가지 언어로 연설하며 평화를 역설하면서도, 전쟁에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서방의 의구심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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